하나의 잣대로 대학 평가 가능한가
하나의 잣대로 대학 평가 가능한가
  • 이정은
  • 승인 2007.08.08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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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잣대로 대학 평가 가능한가


[YBS 보도부 -  이정은기자]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1994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대학종합평가 및 학문분야평가 방식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교협은 홈페이지를 통해 ‘대학종합평가 및 학문분야평가는 대학교육의 수월성과 대학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지난 1994년에서 2000년까지, 2001년에서 2005년까지 두 차례의 평가가 이뤄진 상탭니다.

하지만 대교협의 평가 방식에 대해 일부 대학과 학회가 문제를 제기하며 평가를 거부하고 있고, 정부는 다른 평가 기관을 도입한다는 입장이어서 평가는 사실상 소강상태에 빠졌습니다. 평가 방식의 문제점으론 교육의 질보다는 우수 학생 확보 여부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는 시스템, 평가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대학들은 수준 차가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순위에 민감해지는 점 등이 지적돼 왔습니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평가 방식은 수치화된 자료로 점수를 매겨 대학의 서열을 정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평가 방식에 반발해 식품영양학회, 행정학회, 영문학회는 평가 받는 것을 거부했고, 서울대학교는 두 번째 평가부터 대학종합평가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행정학회 소속 중앙대학교 행정학과 박희봉 교수는 "행정학회에서 평가를 거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대학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대학을 일률적으로 보게 하는 대교협의 평가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실례로 국제화 부문의 지표별 가중치는 70점으로, 외국인 교수 비율 20점, 해외 파견 교환학생 비율 10점, 영어강좌 비율 20점 등 입니다. 특히 영어 강좌 항목의 경우, 단순히 영어 강좌의 수를 평가하는 양적 평가에 그치고 있어 영어강의를 수강하는 학생의 만족도나 참여도와 같은  질적 평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대학교 교육학과 02학번 임진우 씨는 "영어 강의를 수차례 들어왔지만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 조사에는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교협 관계자는, "현재 2~3일인 평가 기간을 더 늘리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몇몇 학생들의 의견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영어 강의의 경우 사실상 자세한 수업 내용은 평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평가 방식의 문제점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학생 평가 항목 중 하나인 취직 항목의 경우, 대학이 학생들의 취업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가를 평가하기 보다는 단순히 취직률 평가에 그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선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애쓰기 보다는 학생들의 취업 현황을 조사하는데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학의 입장입니다. 이는 대학 경영에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본래의 평가 의도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실제로, 특성 분야에 주력한 대학의 경우 주력 항목의 점수는 높은데 반해 전반적 순위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리대학교 교육학과 윤용진 교수는 앞서 지적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단순히 점수를 매겨 결과를 통보하는 현행 평가 방법보다는 평가 항목에 대해 평가자가 의견을 제안하는 방식이 대학 발전에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현행 평가 방식의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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