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白影) 정병욱 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전’ 윤동주 기념관서 열려
‘백영(白影) 정병욱 선생 탄생 100주년 특별전’ 윤동주 기념관서 열려
  • 김종서
  • 승인 2022.05.29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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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영(白影) 정병욱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이 지난 4월 26일 개최되어, 오는 7월 22일까지 신촌캠퍼스 핀슨관, 다시 말해 윤동주 기념관에서 전시됩니다.

 윤동주 기념관 3층으로 오시면, 이렇게 왼쪽 방에는 백영 정병욱 선생님의 생애를 다룬 전시실, 그리고 가운데 방에는 정병욱 선생님께서 연구하신 판소리를 시청각 자료를 통해 관람할 수 있는 전시실(멀티미디어실), 그리고 오른쪽 방 끝에는 백영 정병욱 선생님께서 연구하신 국어학 그리고 국문학적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 나옵니다.

 핀슨관은 한때 윤동주 시인이 생활했던 기숙사 건물로 2020년 우리대학교는 이곳에 윤동주 기념관을 건립한 바 있습니다.

 이곳에 정병욱 선생을 기리는 특별전이 개최된 이유는 윤동주 시인과의 특별한 인연이 깃든 백영 선생의 생애를 기억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백영 정병욱 선생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1922년에 태어나 1940년 4월 우리대학교의 전신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했습니다.

 각자가 조선일보에 실은 시와 산문을 읽으며 서로를 존경해 마지않던 정병욱 선생과 윤동주 시인은 기숙사와 하숙집에서 함께 2년간 동고동락하며 선후배이자 글벗으로서 우애를 다졌습니다.

 두 사람 사이 두터운 신뢰 속 윤동주 시인은 일제의 한국어 말살 정책으로 인해 차마 출판하지 못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자필 원고 3부 중 1부를 자신이 가지고, 다른 1부는 은사 이양하 교수님께, 마지막 1부는 정병욱 선생께 남기고 유학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1944년 정병욱 선생이 일제에 의해 학도병으로 징집되면서 윤동주 시인의 친필 원고를 안전히 보관하기 어려워지자, 선생은 어머니께 부탁해 광양 망덕포구 고향 집 마룻바닥 아래에까지 원고를 고이 숨겨 지켜냈습니다.

 윤동주 시인이 광복을 보기 전 형무소에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고 다른 원고 2부마저 소실된 상황에서, 백영 정병욱 선생이 끝까지 지켜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원고는 마침내 1948년 양지로 나와 윤동주 시인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자신의 아호 역시 윤동주 시인의 시작 ‘흰 그림자’에서 따온 백영(白影) 선생은 이후 유수한 국어학·국문학 연구 업적을 남겼습니다.

 그는 국어학자들과 힘을 모아 한글 전용 주장과 한글 애호 운동을 전개하였으며, 한국출판문화상과 외솔상 상금으로 윤동주 시비 건립을 주도하고 우리대학교의 윤동주 장학금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국제학술회의에서 자신이 연구한 우리나라의 고전 시가와 문학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고 강연을 했을 뿐만 아니라, 브리태니커백과사전에서 ‘한국문학’ 항목을 집필하고 판소리학회를 창립해 브리태니커사와 함께 판소리 감상회를 수십 차례 열었습니다.

 우리말의 하나부터 열까지 누구보다 아끼고 애정 있게 연구한 백영 정병욱 선생은 이곳을 찾는 여러 사람들의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윤은성, 역사와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

 질문: 정병욱 선생님께 관심을 가지시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답변: 제가 원래 이제 역사를 좋아하고, 역사책도 몇 권 썼어요. 그래서 역사 탐방하는 프로그램을 국내·해외에서 많이 하고 있고요. 윤동주 시인의 생가에도 제가 거의 한 40여 회 갔다 왔고, 중국에. 그럴 만큼 윤동주 시인에게 관심이 많죠. 그런데 이제 사실 윤동주 시인을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알게 되고, 그의 시와 사상과 세계를 누릴 수 있는 게 정병욱 선생님이라는 분이 계셨기 때문에. 그래서 정병욱 선생님 생가에도, 전남 광양에 갔다 왔어요. 마침 여기 또 정병욱 선생님 100주년 전시를 한다고 해서 오게 됐죠.

 질문: 정병욱 선생님 전시관 관람하시면서 무엇을 느끼셨고, 이곳에서 무엇을 얻어갔다고 말씀하실 수 있으실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답변: 감회가 새롭다고 해야 되나? 마치 여기 이제 윤동주 정병욱 이렇게 앉아서 창문 밖에도 보고 대화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을 경험하게 돼서 되게 좋은 기회인 것 같고요. 그런 어떤 관계성, 서로 간에 신뢰하고. 그리고 사실 자기 시집도 아니잖아요. 근데 그걸 그렇게 소중히 여기고. 그런 가치를 알아보는 눈, 사람의 가치, 또는 그 사람이 남긴 글이지만 ‘그것의 가치를 보는 눈이라는 게 정병욱 선생님께 있었겠다’ 그런 마음이 들어요. 그래서 요즘 시대가 되게 가치 혼돈의 시대잖아요. 모두가 다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개인마다 기준이 다 다른 시대지만, 역사라는 것은 모두가 다 소중하게 지켜야 하는 가치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중요한 통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오늘 여기를 한 바퀴 쭉 돌고 낡은 지붕과 이런 모든 느낌들이 되게 ‘소중하고 가치 있다’. 그래서 아마 오늘 이 방문이 저한테는 그냥 예기치 않은 방문이었는데 그래도 ‘되게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하고 이 건물을 제가 나가게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소중히 지켜야 할 역사를 담은 이곳 정병욱 선생 특별전은 윤동주 기념관 홈페이지 및 네이버 예약 시스템을 활용한 사전 예약을 통해 관람할 수 있습니다.

 특별전이 끝나는 7월 22일 전에 한 번쯤 이곳을 들러 소중하고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시면 어떨까요.

 YBS 뉴스, 김종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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