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브스뉴스] "족보, 팔아도 되나?", 중간고사 뒤흔든 1,322건의 제보

2026-11-04     이채형

 [연세대학교 재학생A: (족보 구매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네, 족보 구매해 본 적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재학생B: (족보 구매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네, 산 적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재학생B: (족보 없이 공부한다면?) 공부의 목적성을 못 잡을 것 같아서...]

 [연세대학교 재학생A: (시험이 "탈족보"한다면?) 예고 없이 그러셨다면 좀 많이 당황스러울 것 같지만, 규정 상 원래 그게 옳은 거니까...]

 족보, 한 가문의 계통과 혈통 관계를 기록한 책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대학가에서 족보는 조금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데요.

 바로 교수가 과거에 출제했던 시험문제를 의미합니다.

 선배로부터 후배에게 대대로 시험문제가 전달되는 모습이 마치 가문의 혈통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대학가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온 족보 거래, 과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까요?

 저작권법상 저작자는 자신의 저작물을 복제하고 배포할 권리를 갖습니다.

 따라서 교수의 허락 없이 시험문제를 복제하고 판매하는 행위는 복제권과 배포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겁니다.

 단순히 돈을 받고 판매하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영리 목적이 없더라도 사적 이용의 범위를 넘어 온라인에 시험문제를 공유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족보라는 이름으로 거래되는 시험문제 모두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무단 복제와 배포에는 법적 책임이 따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왜 족보를 찾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성적에 대한 부담입니다.

 과거의 시험문제가 반복해서 출제되는 강의라면 족보는 단순한 참고 자료를 넘어 시험을 위한 필수 자료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대학가의 족보 거래가 최근 우리 대학교에서도 논란이 됐습니다.

 지난 10월 23일, 우리대학교 에브리타임에는 족보 매매 게시글을 수집해 교수들에게 제보했다는 한 학생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해당 학생이 제보한 게시글은 무려 1,322건.

 이후 일부 강의에서는 과거 시험문제의 반복 출제와 족보 이용 가능성을 이유로 재시험이 결정되기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학내에서는 족보 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의견과, 제보로 인해 다른 학생들까지 피해를 보게 됐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이번 제보는 그동안 대학가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온 족보 거래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시험문제 유출과 족보 이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재시험을 치러야 하는 학생들의 혼란도 커졌습니다.

 족보 거래를 근절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더라도, 제보의 방식과 그에 따른 후속 조치가 또 다른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