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학교-용역업체-국캠 기숙사 노동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삼각관계
[기획] 학교-용역업체-국캠 기숙사 노동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삼각관계
  • 김소희 기자
  • 승인 2015.03.31 0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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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캠퍼스 제1기숙사 청소 노동자 두 명은 작년 12월 31일 계약기간이 만료됐지만 ‘근로조건 변화 없는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임금을 받지 않은 채 3달 째 하루 8시간씩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2기숙사 청소 노동자들은 연세대학교 본관 앞에서 2달째 장기 농성 중입니다.

 연세대학교는 2009년부터 국제캠퍼스 기숙사 관리를 용역업체 세안텍스에 위탁해왔고, 세안텍스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기숙사의 청소와 보안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세안텍스는 작년 12월 연세대학교와 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계약금을 맞추기 위해 노동자 수를 72명에서 50명으로 감축하는 구조조정안을 들고 나왔지만, 노동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이를 철회했습니다.

 이후 내놓은 대책은 근로조건을 변경하는 것이었습니다.

 청소 노동자 계약서엔 근무 시간이 8시간 전일제에서 5시간 30분 시간제로 바뀌었고, 이에 따라 임금은 월 135만원에서 95만원으로 삭감됐습니다. 이렇게 되면 시급은 200원 가량 늘어나지만 총임금은 40만원이 줄어듭니다.

 세안텍스는 시급이 늘어 근로여건이 향상됐단 입장이지만, 노동자들은 근무 범위는 그대로이면서 근무 시간은 축소됐기 때문에 노동 강도가 높아질뿐더러 총임금이 줄어들어 근로 여건이 저하됐단 입장입니다.

 [이종미 전국여성노동조합원/국제캠퍼스 제2기숙사 청소 노동자(계약만료) : 입사해서 근로계약서를 쓸 때 구두로 약속했어요. 계약만료 내용은 형식적으로 쓰는 거다. 세안텍스가 재입찰을 받으면 계약내용도 똑같이 갈 거라고 했는데 말이 바뀌는 거죠.]

 결국 계약기간이 만료된 청소 노동자들은 계약을 갱신하길 포기하고 원청인 학교에 해결책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학교는 직접적인 고용주가 아니므로 노사관계에 개입할 수 없을뿐더러 최근 하청업체 입찰 방식이 시급 기준 입찰제에서 총액입찰제로 바뀌었기 때문에 용역업체의 내부사정을 잘 모른단 입장입니다.

 시급 기준 입찰제엔 노동자들의 시급과 인원수가 모두 명시돼 있어 노동자들의 근무 현황을 알 수 있지만, 총액입찰제엔 업체들이 근무지역에 대한 정보를 참고해 자체적으로 생각한 계약금 총액만이 명시돼 있습니다.

 학교가 계약금을 절감한 것 아니냐는 노동자들의 주장에 대해선 "세안텍스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한 업체도 있었지만 숙련도 등 종합적인 면을 고려해 세안텍스와 재계약했다"며 부인했습니다.

 노동자들이 그들의 근로여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구조인 만큼 계약을 맺은 당사자인 학교와 세안텍스는 갈등 봉합에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겁니다.

 YBS NEWS, 김소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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