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비대위로 ... 57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무슨 일이?
돌고 돌아 비대위로 ... 57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무슨 일이?
  • 강병욱
  • 승인 2021.12.13 2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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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열하게 펼쳐졌던 제57대 총학생회 선거 레이스가 허무한 결말로 매듭지어졌습니다.

 출사표를 던진 beyond와 Uni, 두 선본 중 어느 측도 승리하지 못한 채 선거 자체가 무산된 겁니다.

 무산 사유는 개표 요건 미충족, 즉 투표율의 과반 미달입니다.

 이에 따라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에서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 설립위원회(이하 설립위)가, 지난 11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의 설립 일정을 공표했습니다.

 설립위는 12월 14일 화상 1차 회의를 통해 비상대책위원장 후보, 부비상대책위원장 후보를 등록할 예정입니다.

 [비상대책위원회란?]

 비대위는 총학생회칙 제70조에서 77조까지에 명시된 바에 근거한, 총학생회장단 궐위 시 총학생회 집행위원회의 상시 업무를 담당하는 집행기구입니다.

 간단히 말해 부재하는 총학생회장단의 권한을 대행할 임시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총학생회장단에 대한 피선거권엔 4학기 이상을 필한 자라면 제한을 두지 않는 반면, 비상대책위원장단(이하 비대위원장단)에 대한 피선출권엔 사태의 시급성을 고려해 다음과 같은 제한이 붙습니다.

 중앙운영위원직을 6개월 이상 수행한 적 있으며 설립위 위원 3인 이상의 추천을 받은 자 또는 설립위 위원직 수행 중이며 설립위 위원 3인 이상의 추천을 받은 자만 비대위원장단직에 대해 피선출권을 갖습니다.

 또한 전 학생 대상의 직접선거로 선출되는 총학생회장단과 달리, 비대위원장단은 설립위 내부의 간선투표로써 선출됩니다.

 비대위원장단이 선출되면 총동아리연합회장과 각 단과대 회장들, 즉 중앙운영위원들은 1월 1일 이후, 연초 재선거 이후라면 ‘즉시’ 스스로가 대표하는 단위에서 1명 이상을 선정해 비대위원으로써 파견해야 하고, 이로써 비대위가 성립합니다.

 명목상으론 총학생회장단의 모든 권한을 넘겨받는 비대위지만, 사실상 비대위가 이끄는 학생사회엔 걱정거리가 많습니다.

 현상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임시기구의 성격 탓에 적극적인 정책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고, 직접선거가 아닌 설립위 내부의 의사결정으로 성립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느끼는 대표성도 낮은 수준입니다.

 [재학생 A: 과거에 투표가 무산돼서 비대위 체계로 운영된 적이 있었는데 학생의 목소리가 학교에 잘 전달되지 못하는 느낌이었고, 또 개인이나 비대위가 학교의 불통에 항의를 해도 묵살당하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비대위 자체에서도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기에 어려워하는 것 같고...]

 또한 비상대책위원의 파견의 시점을 ‘즉시’ 혹은 ‘1월 1일 이후’라고만 정해놓았기 때문에 비대위의 설립 자체가 늦어질 것에 대한 우려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2017년 3월 총학생회 재선거 무산으로 인해 설립됐던 우리대학교 총학 비대위의 경우 비대위원의 파견이 9월에서야 완료돼, 8개월 간의 총학생회장단 궐위 기간 중 무려 6개월 가량 비대위가 성립하지 않았던 적도 있습니다.

 이 당시 비대위의 학사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28 %에 불과, 전대 총학생회장단에 대한 60 %의 긍정 평가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16년 말부터 19년 초까지 이어졌던 우리대학교의 비대위 체제기가, 22년을 기점으로 또 한번 시작되는 겁니다.

 [3년 만의 투표율 미달...57대 총학생회 선거에선 무슨 일이?]

 총학생회 선거 무산으로 재시작되는 비대위 체제, 선거 무산 사유는 투표율 미달입니다.

 비교적 간편한 전자투표 방식으로 진행한 점, 학생들의 투표 독려를 위해 학내기관들이 노력한 점을 생각하면 더욱 안타까운 사윱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학생사회의 무관심을 그 원인으로 꼽을 수도 있겠지만, 마찬가지로 팬데믹 하의 비대면 학기였던 2020년과 21년엔 총학생회장단이 있었단 걸 생각해보면, 코로나 상황과 학생들의 무관심만을 탓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치뤄진 총학생회 선거는 유난히 삐걱거렸던 게 사실입니다.

 잡음이 시작된 건 선본 Uni의 경고 3회 주의 1회 누적에도 불구하고, 중운위 회의에서 Uni의 선본 자격을 박탈하지 않은 게 논란이 되면서 부텁니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 및 학생총투표에 관한 세칙(이하 선거시행세칙) 제111조는 선본이 3회의 ‘경고’를 조치 받은 경우 중운위가 중선관위의 심의를 거쳐 해당 선본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1월 24일 개의된 중운위 회의에서, 중운위는 Uni에게 부과된 경고 3회와 주의 1회의 징계를 확정지으면서도,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라는 말은 자격을 박탈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동시에 내포한다는 해석을 전제했습니다.

 이에 더해 몇몇 위원들이 ‘회칙을 인간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선본이 탈락하면 재투표율이 낮아져 학생사회에 위기가 닥친다’ 등의 의견을 내놓으며 Uni의 선본 자격 박탈안은 기각됐습니다.

 이로써 Uni의 선본 자격 박탈안 기각이 공표됐고, 학생들 및 해당 회의에 참여했던 일부 중운위원들은 이에 대해 투표의 공정성 및 정당성 상실이며 중운위의 월권적 판단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11월 23일부터 26일까지 치뤄진 beyond 대 Uni의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은 최종적으로 41.07 퍼센트를 기록, 투표율 과반 미달을 사유로 한 첫번째 선거 무산 공고가 27일 게시됐습니다.

 하지만 이변은 하나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3일 뒤인 30일, 더 이례적으로 선거 무산 공고에 대한 철회 공고가 게시됐습니다.

 선거 무산에 대한 철회의 근거는 Uni 선본 자격 박탈안 기각에 대한 번복으로, 자격이 박탈된 Uni가 후보로 있었던 투표는 무효이고 beyond를 단일 선본으로 한 투표의 결과를 유효한 것으로 인정해야 한단 겁니다.

 중운위 내의 일사부재의 원칙에 의해 Uni 선본의 자격에 관해 중운위 내에선 다시 의결할 수 없었지만, 하위 의결기구에서 의결할 수 있도록 한 사항은 해당 기구의 상위 의결기구에서도 의결할 수 있다고 명시한 총학생회칙 제13조 제2항에 의거, 해당 안건이 확대운영위원회(이하 확운위)에 다시 상정된 겁니다.

 확운위에 안건을 발의한 박현민 부총학생회장은, 3회 경고를 조치받은 선본이 탈락하지 않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며, 그렇기에 박탈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치려면 합당한 근거와 강력한 논거가 필요했지만, 중운위 회의에서의 논의는 성급하고 감상적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확운위 제4차 임시회는 Uni의 선본 자격 박탈을 의결하여, 결과적으론 Uni 선본 자격 유지 여부가 번복됐으며, 26일 종료된 투표의 결과가 무효 처리됐고, beyond를 단일 선본으로 한 재투표 일정이 공지됐습니다.

 하지만 12월 2일에서 6일까지 치뤄진 재투표에 대한 투표율은 32.09 퍼센트로, 첫번째 투표율에마저 밑도는 수치였습니다.

 결국 12월 6일 두번째 선거 무산 공고가 게시됐고, 동시에 비대위 체제가 확정됐습니다.

 애매하게 여지를 주는 세칙, 중대 사안에 대한 비일관적인 결론, 두 번의 투표와 두 번의 선거 무산, 어느 모로 보나 깔끔한 승부였다고 보긴 어려워 보입니다.

 좌충우돌이 유난히 심했던 제57대 총학생회 선거, 연이은 논란과 수차례의 공지 번복으로 인해 학생들이 선거 과정에 불신과 혼란을 느꼈을 것이라 해석한다면, 총학생회장단 구성 실패에 대해 마냥 학생사회의 무심만을 탓할 순 없을 걸로 생각됩니다.

 [재학생 B: 이번 선거에서 여러가지 이변이 많이 있었고 공지도 계속 번복되는 등 혼란을 많이 겪었는데 이번 일을 통해서 선거나 이런 거에 대해서 좀 신뢰를 많이 잃었던 거 같습니다.]

 [내년엔 어떻게 되는 걸까?]

 우선 22년 1월 1일 이후 비대위원 파견이 완료돼 비대위가 성립하면, 얼마 간은 비대위 체제로 학사가 운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선거시행세칙 제110조에 따르면, 연장투표 후에도 투표율이 50퍼센트를 넘지 않은 경우 재선거 실시에 대한 의결이 가능합니다.

 선거시행세칙상으론 재선거의 시기에 대해 따로 명시된 바가 없지만, 17년의 재선거가 3월에 실시된 것으로 보아, 22년에 재선거가 실시된다면 늦어도 1학기 중 치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재선거는 이번 선거에서 실시된 재투표와는 다른 것으로, 선본 등록부터 선거의 전체 과정을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이때 등록한 선본 중 하나가 차기 총학생회로 당선된다면, 그 총학생회는 그다음 총학생회의 임기 시작 전까지 그 권한을 수행하게 됩니다.

 반면 재선거에서도 차기 총학생회 구성에 실패한다면, 비대위원장을 새로 선출하고 비대위원들을 새로 꾸려, 일명 ‘2기 비대위’를 설립하게 됩니다.

 하지만 총학생회칙 제76조 제1항엔 비대위원의 파견 시점을 비대위원장이 선출된 ‘즉시’라고만 모호하게 명시하고 있어, 오히려 17년의 사례처럼 비대위 성립 자체가 매우 늦어지는, 학생자치권력 공백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위험도 있습니다.

 차기 총학생회 구성을 바라는 이라면 재선거에 희망을 걸어볼 수도 있지만, 재선거 실패 시 벌어질 수 있는 리스크를 생각하면 재선거 실시 여부 결정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3년 만에 다시 비대위 체제를 만나게 된 연세 학생사회가, 내년에 어떤 상황을 만나게 될지, 그 상황 속에선 어떤 결정을 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시사, 강병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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