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이 말하는 노태우... 우리대학교, 노태우 전 대통령 관련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구술 영상 공개
김대중이 말하는 노태우... 우리대학교, 노태우 전 대통령 관련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구술 영상 공개
  • 강병욱
  • 승인 2021.11.06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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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우리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이 고인에 대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구술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제13대 대통령인 노태우 전 대통령과, 노태우정부 당시 평화민주당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신군부 집권 이후 줄곧 정적(政敵) 관계에 있었던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영상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평화민주당이 주도하던 제3차 가족법 개정엔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협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89년 12월 이뤄진 제3차 가족법 개정은 한국의 양성평등 운동사에 큰 의미를 갖는단 평가를 받습니다.

 제3차 개정 가족법은 △맏아들이 무조건 호주가 되진 않으며△자식의 성별과 혼인 여부에 따라 재산 상속 비율에 차등을 두지 않고△이혼한 어머니도 자식에 대한 친권을 가질 수 있으며△남편만의 의사가 아니라 부부 모두의 동의 하에 입양이 성립하고△부계와 모계, 남편과 아내 쪽의 친족범위가 같다는 내용 등을 담았습니다.

 이같은 개정안의 내용에 대한 당시 여당의 완고한 반대로 국회의 폐회 당일까지 개정안 통과가 불가능해보이는 상황이었지만,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여당에 전화해 입장을 바꾸라는 지시를 내려 제3차 개정 가족법이 통과될 수 있었다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회고했습니다.

[故 김대중/제15대 대통령: 마지막 날, 국회 마지막 날 폐회하는 날인데 딱 암초에 걸렸어요. 여당에서 안 들어요. 그래서 내가 청와대로 전화 걸었어요. 그래갖고 노태우 대통령한테 당신이 이렇게 합의해 놓고 이거 안 하면 어떻게 하냐. 여당에서 지금 반대한다고, 그러니까 대통령이 전화해서 시켜 달라. 알았다고. 그러더니 전화해 가지고 지시해서 여당이 이제 풀렸어요. 저렇게 참 역사적인 법이 통과... 이건 한마디로 말하면 어머니의 권리가 아버지와 같고 딸의 권리가 남자 형제와 같고 뭐 그런 거거든.]

 지난 27일 김대중도서관은, 가족법 개정은 보수와 진보가 아닌 문화와 관습의 문제였고 여야를 떠나 대다수의 국회의원들이 반대하던 것이었기에 당시 대통령이었던 노태우의 지지 없이는 어려운 일이었을 거란 평을 내놨습니다.

 한편 노태우 전 대통령은 한국 현대사에 있어 명과 암의 평가가 병존하는 인물입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현행 대통령 직선제를 선언했단 점, 현행 대통령 직선제로 선출된 최초의 대통령이란 점에서 의의를 갖습니다.

 또한 이번에 공개된 영상에서도 묘사되듯, 그 동안의 권위주의적 정권들관 달리 야당 인사들과도 협력하며 협치 중심의 정치 시대를 열었단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12·12 군사반란에 가담해 내란을 모의 및 실행한 점△5·18 민주화운동 진압 당시 민간인 학살에 개입한 점△이후 수 차례의 민주화운동에 대한 폭력 진압에 책임이 있단 점은 고인이 안고 갈 과오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우리대학교가 공개한 영상이 고인의 발자취에 대한 역사의 평가에 중요한 단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YBS NEWS, 강병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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